'제미나이' 말 믿고 산에 올랐다가 고립...등산객 일행, 다음날 구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세 명의 등산객이 인공지능(AI) 도구인 구글의 '제미나이'를 활용해 계획한 산행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었다. 이들은 정상 도달에 예상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후 하산 과정에서 길을 잃고 고립되었으며, 결국 이튿날 구조대에 의해 구출됐다.
AI에 의존한 산행 계획
사고는 샤스타산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AI를 활용해 샤스타산의 클리어 크릭 루트를 선택하며, 산행에 필요한 경로, 예상 소요 시간, 음식과 물 등의 조언을 받았다. 특히 AI는 소화에 시간이 걸리는 음식을 피하고, 단순 탄수화물 위주로 준비할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8시간 분량의 식량과 물만 준비하고 산행에 나섰다. 오전 3시에 출발한 이들은 정오까지 하산해야 한다는 안전 수칙을 고려하지 않고, 오후 7시가 돼서야 정상에 도착했다. 8시간으로 예상했던 산행이 16시간으로 늘어난 것이었다.
고립의 원인
문제는 하산 과정에서 발생했다. 어두운 밤길을 내려오는 동안 이들은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했으나, 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경로를 이탈하게 되었다. 보조 배터리마저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무릎을 다친 친구와 함께 협곡에 고립된 상황에 처했다. 충분한 식량과 물, 방한 장비 없이 밤을 보내야 했고, 이튿날 아침에야 구조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구조 과정에서 이들은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미 산림청의 수석 등반 레인저인 닉 마이어스는 "AI의 제공 정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등반 속도와 하산 시점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 사고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AI의 한계와 안전 의식
이번 사고는 AI 기술이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의 판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올해 들어 AI에 의존해 산행 중 문제를 겪은 사례가 최소 3건 이상 발생했다는 통계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한 여성은 AI의 안내를 믿고 야영 금지 지역에 캠프를 설치했고, 다른 등산객은 AI가 제공한 잘못된 경로 지도로 인해 레인저에게 혼동을 초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가 등산 계획을 세우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유일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날씨와 지형이 급변하는 산악 환경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등반가나 레인저에게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구글과 오픈AI 또한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며, 중요한 사항은 사용자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AI 기술이 우리의 삶에 편리함을 더하는 동시에, 그 의존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사례로 남을 것이다. AI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