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문 퍼머스, 호주 IPO 철회…'엔비디아 후광'도 안 통했다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퍼머스(Firmus)가 호주 증시에서의 기업공개(IPO)를 전격 철회하면서, AI 인프라 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한층 부각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으며 큰 기대를 모았던 퍼머스는, 50억 달러 규모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에서 제기된 고평가 논란과 높은 부채 우려가 그 계획을 무산시켰다.
IPO 철회 배경과 시장 반응
퍼머스는 호주 증권거래소(ASX)에 상장하기 위해 주당 11호주달러로 공모가를 설정하고, 최대 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었으며, 이는 1997년 텔스트라(Telstra) 상장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퍼머스가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용량이 42MW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도한 평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호주 자산운용사 프라지스 캐피털의 마이클 프라지스 대표는 "EBIT 전망치의 기준이 되는 프로젝트들이 자금 조달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퍼머스는 엔비디아의 투자 덕분에 AI 인프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이번 IPO 철회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AI 기업의 가치 평가에 경고 신호를 던진 셈이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을 통해 AI 인프라 붐의 한계와 공모 시장에서의 투자 심리 급냉각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오우라(Oura)와 같은 기술 스타트업들이 IPO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AI 인프라 기업의 미래는?
퍼머스는 이번 IPO 철회 후 대체 자금 조달 경로를 모색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PO 대신 비상장 사모펀드 시장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퍼머스는 호주 멜버른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바탐 및 말레이시아에 1000메가와트(MW)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할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AI 인프라 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기술 기업이 투자를 통해 자사 제품의 수요를 창출하려는 '순환 투자' 모델과, 막대한 부채를 안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레버리지 확장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지 시장 분석가 록란 할로웨이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고 전하며, 향후 AI 인프라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퍼머스의 IPO 철회는 AI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를 흔드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상장 없이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AI 인프라 기업들은 향후 공모 시장에서의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 보다 명확하고 실질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